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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톤의 역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화학과 산업을 변화시킨 용매

물질 2025. 3. 9.

아세톤(C₃H₆O)은 네일 리무버나 페인트 제거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질이지만, 사실 수백 년 동안 과학과 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화합물이다. 이 글에서는 아세톤이 언제, 어떻게 발견되었으며, 산업적으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역사를 쉽게 정리해보겠다.


1. 고대부터 중세까지: 자연에서 발견된 아세톤

아세톤의 역사는 사실상 자연 발효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이집트 & 그리스

  • 고대 이집트인과 그리스인들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휘발성 액체를 활용했다.
  • 정확히 아세톤이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알코올과 유사한 휘발성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금술 시대 (8~16세기)

  • 중세 연금술사들은 식물과 동물 조직을 증류하는 과정에서 휘발성이 강한 액체(아세톤)를 발견했다.
  • 그러나 당시에는 이 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고, **"목재 증류액"이나 "불타는 물"**로 불렸다.

즉, 아세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지만, 정확한 정체는 17세기 이후가 되어서야 밝혀지기 시작했다.


2. 17~18세기: 화학적 성질이 밝혀지다

1606년 – 바네헬몬트(Jan Baptist van Helmont)의 연구

  • 벨기에 출신의 화학자 바네헬몬트는 목재를 증류하면 휘발성이 강한 액체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하지만 당시에는 이 물질이 "아세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았다.

18세기 –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의 연구

  •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는 아세톤이 탄소(C), 수소(H), 산소(O)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혀냈다.
  • 그는 아세톤을 여러 유기 화합물과 비교하며 그 성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초를 마련했다.

3. 19세기: 아세톤이 산업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다

19세기는 본격적으로 아세톤이 연구되고, 산업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시기다.

1832년 – 리비히(Justus von Liebig)가 아세톤을 명확히 규명

  • 독일 화학자 리비히는 아세톤이 특정 유기 화합물의 산화 과정에서 생성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 이 연구 덕분에 아세톤은 정식으로 화학 물질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852년 – 프랑스 화학자 샤를 프리드리히 게르하르트(Charles Frédéric Gerhardt)

  • 아세톤의 구조를 더욱 명확하게 분석하고, 케톤(Ketone)이라는 새로운 화합물 그룹을 정의했다.
  • 즉, 아세톤은 **"가장 단순한 케톤"**으로 분류되며, 현대 유기화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19세기 후반 – 페인트 및 용매로 사용되기 시작

  • 산업이 발전하면서 아세톤의 강력한 용해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 주로 페인트, 니스, 세척제 등에 사용되며 점점 그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4. 20세기: 대량 생산과 산업 혁신

제1차 세계대전 – 아세톤이 군수물자로 사용됨

  • 전쟁 중 폭발물(화약) 제조에 필요한 성분 중 하나로 아세톤이 필수적이었다.
  • 영국의 과학자 **하임 바이츠만(Chaim Weizmann)**이 박테리아 발효를 이용한 **생물학적 아세톤 생산법(ABE 발효법)**을 개발했다.
  • 이 기술 덕분에 영국은 아세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중요한 전략적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 (보너스: 하임 바이츠만은 이 연구 공로로 이후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 석유화학 기반 아세톤 생산법 개발

  • 전쟁이 지속되면서 더 효율적인 아세톤 생산 방법이 필요해졌다.
  • 이때 개발된 것이 바로 **"쿠멘 공정(Cumene Process)"**으로,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 석유에서 얻은 프로필렌을 이용해 아세톤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이후 플라스틱, 화장품, 전자 산업 등에서 널리 활용되었다.

5. 21세기: 친환경 아세톤 연구가 활발해지다

최근에는 석유 기반이 아닌,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아세톤을 생산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바이오 기반 아세톤 생산 연구

  • 미생물 발효 기술을 활용해 석유 없이 아세톤을 생산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 특히, 폐목재나 농업 부산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아세톤을 만드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용매 개발

  • 기존의 석유화학 기반 용매는 환경 오염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세톤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용매도 연구 중이다.
  • 하지만 여전히 아세톤만큼 저렴하고 효과적인 용매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6. 아세톤의 역사 정리

시대주요 사건

고대 발효 과정에서 휘발성 액체(아세톤) 발견
17~18세기 바네헬몬트 & 라부아지에가 화학적 성질 규명
19세기 리비히가 아세톤을 명확히 정의하고, 용매로 활용 시작
1차 세계대전 하임 바이츠만이 박테리아 발효법 개발 (ABE 발효)
2차 세계대전 석유 기반 쿠멘 공정 개발, 대량 생산 가능해짐
21세기 친환경 바이오 기반 아세톤 생산 연구 진행 중

정리하자면

아세톤은 단순한 용매가 아니라, 화학과 산업 발전의 중요한 요소였다.

  • 고대~중세: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됨
  • 17~18세기: 화학자들이 연구하면서 구조가 밝혀짐
  • 19세기: 산업적 활용이 시작되면서 페인트, 용매 등으로 사용됨
  • 1차 세계대전: 폭약 제조에 사용되며, 박테리아 발효법이 개발됨
  • 2차 세계대전: 석유 기반 대량 생산법(쿠멘 공정)이 개발됨
  • 21세기: 친환경적인 아세톤 생산 방법 연구 중

아세톤은 과학과 산업의 발전과 함께 변화해 온 흥미로운 화합물이다. 다음에 네일 리무버나 세정제를 사용할 때, 이 긴 역사를 한 번 떠올려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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